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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에이 설마.. 아무리 어두워도 익숙해지면 윤곽이라도 보이기 마련인데, 진짜로 아무것도 안보이겠어?"

 

입에서 나온 저 한 줄 문장은 어둠의 아가리 속으로 내 몸통이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 제 입 속을 찾아 들어갔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 여기서 그 칠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제서야 진정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1. 어둠과의 대화

어둠을 이야기 하면, 무엇이 생각나냐 라고 묻는다. 이럴 때 단연 말 할 수 있는 것은 "한치 앞이고, 인생이다." 그냥 깜깜할 뿐이다.

 

놀거리 없던 내 어린 시절. 수건 한 장과 친구들 두세 명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눈감고 찾기 라는 놀이. 그 놀이의 박수소리를 생각나게 하는 가이드 분의 박수소리. 시각을 지운 이런 전시가 내 어릴 적 동심을 기억나게 해줄 수도 있구나.

그저 고맙다.

 

이번 '대화' 를 통해서 내 근거리 지각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너무나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굳이 알아듣기 쉬운 말로 고쳐 다시 평가 내리자면.

"이번 '대화' 를 통해서 형편 없는 내 근거리 지각 능력을 알게 되었다."

시각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모습이라니. 그저 우울했다. 나에게도 육감(six sense)이라는 것이 있어서 "I can see dead people" 을 외치며 부들부들 떨 수 있다면, 이 우울함이 좀 사라질까?

 

촉각적인 내 시각을 잠시 몸에서 잠재우고, 4감각들을 사용한 어둠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내 몸에서 내 시각이 어느 정도의 권력을 갖고 있었는지 새삼 실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왼쪽을 만져보세요." 라는 가이드 분의 말을 듣고 뻗은 내 왼손에 만져진 것은 죄송하게도 어떤 분의 어깨였다. 몸통을 돌려 왼쪽을 만져야 하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단지 내 상황판단능력의 문제일까?

 

2. 시선의 폭력

힘을 가진 자는 그 힘을 잘 사용해야 한다. "슈퍼맨이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아니, 굳이 상상 속의 인물로 한정할 필요도 없다. "부시가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얘는 이미 많이 나쁜 아이지만, 그냥 대놓고 나쁜 아이가 된다면 이라고 상상해보자.)으로 정정하도록 하자." 그렇게 되면 세계 여러나라가 쌀나라의 속국이 되어, "부시 만세" 를 외쳐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될지 모른다.

이만큼은 아니더라도 시선의 힘은 대단하다. 위아래로 훑어보는 행위 하나만으로도 상대방에게 굉장한 불쾌감을 줄 수 있는 것이 시선의 힘이다. 게다가 이 시선의 폭력은 법적 제재조차 받지 않는 면죄부도 갖고 있다. 약간이라도 특이한 사람을 보면 끈적한 시선이 그의 움직임에 들러붙어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보통 이렇게 이야기 한다. "눈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어요."

이렇게 라도 알았으면 이제 좀 잘 사용해보자.

 

3. 장애

가이드 분들을 보고 생각난 영화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이었다.

장애를 가진 조제와 헤어지는 남자친구를 욕했다. "저런 나쁜새끼." 나는 눈물을 훔쳤다. 그 후에 우연히 듣게된 작은 설명은 내 뒤통수를 때렸다. 남자친구는 조제를 동정한 것이 아니다. 동정해서 사귄것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여자아이와 사귄 것이다. 평범한 여자 아이와 헤어지는데 그 여자를 동정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왜 이 남자 주인공은 보통 연인의 헤어짐에서 욕을 먹어야 하는가. 그리고 난 왜 이 남자를 욕해야 했는가.
난 정말 진정한 장애에 사로잡혀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4. 끝

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 했지만, 어둠은 정복해야 할 대상도 아닐뿐더러, 절대 정복 할 수도 없는 곳이다. "위대한 불의 발견이 어둠의 정복이다." 라고 생각한다면, 그 횃불을 뒤로 돌려보라. 조금 전까지 환하던 그 자리는 횃불이 사라진 지금 어둠만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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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음반을 구입했다.

사실, "오랜만" 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민망한 긴 시간이지만.
부끄러운 이야기 이지만, 당장 듣고 싶은 노래가 있는데, mp3 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냥 음반을 구입해버렸다. 

오랜만에 음반을 사서 듣고 있으니, 좋다. 음악이 좋아서 좋은건지, 아니면 진정 내 것 이라는 느낌이 좋은 것인지. 알 수는 없다. 코드짜면서 듣고, 걸으면서 듣고, 자기전에 듣고.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워 진다.


함께 구입한 리쌍 6집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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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단어로 시작해야 할까. "재미이ㅆ" 까지 쓰다가 지워버린다. 지루함과 웃김, 현란과 깜짝놀람. 그리고 감동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단어가 재미 라면 "재미있다." 라는 단어를 쓰고 굳이 지우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이렇게 저렇게 키보드를 눌렀다가 곧 다시 백지로 되돌린다. "뮤지컬 자체를 자주 보는 편도 아니거니와, 공연을 보고 후기를 적는 편은 더욱 아니다." 라는, 왜 이런 변명까지 해가면서 글을 시작해야 할까. 누군가에 의한 강요라기 보다는, 이 공연이 주는 일종의 압박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일단, 첫인상은 지루함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데 첫인상이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하는데, 이건 비단 사람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옆자리에 뮤지컬을 처음 접하는 사람을 데려왔는데, 이거 첫인상이 이런 지루함 이라니, 공연 보는 내내 옆 사람 눈치를 살피며 끝까지 이런 분위기가 아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굳이 이런 기도를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내 기도가 통했던 것일까. 생각보다 지루함은 길었지만, 충분히 만회 할 수 있을 만한 시간이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약 반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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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공연이라고 했다. 재미있는 공연이라고 했다. 또 감동적인 공연이라고 했다. 확실히 재미는 있었다. 또 감동도 있었다. 이래서 유명해진 건가 보네. 라는 생각도 들었다.


꽤나 효율적 이었다. 작은 소극장을 백분 활용하여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 작은 무대 위에 그 많은 소품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궁금하다면 표를 예매하는 행동을 취하더라도 굳이 말리지 않겠다. 덕분에 몰입감은 점점 높아져만 갔고, 이 높아진 몰입감은 결국 극의 만족감으로 바뀌었다.


꽤나 친근감 있었다. 배우들의 눈 움직임까지 놓칠 수 없었다. 배우와 정면으로 눈을 마주치는 공연을 본 것이 이것으로 세 번째였는데, 아무래도 익숙해 질 수 없을 것 같다. 날 바라보며 연기 할 때는 마치 날 위해 이야기 하고 있는 듯 하여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는다. 나는 아무래도 이 느낌을 위해 극을 관람하는 것 같다.


꽤나 역동적 이었다. 공연을 보다 보면 중간에 배우들의 댄스실력을 감상 할 수 있는 장면이 나온다. 날 가장 만족시킨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춤을 추는 모습은 언제 어디서 보더라도 흥분된다. 신난다. 두근거린다. 지루함에 정신이 혼미해질 즈음 날 깨워준 보석 같은 고마운 scene이었다.


꽤나 감동적 이었다. 단지 코미디로만 알고 있었기에, 끝에서 더욱 뒤통수가 아팠다. 과연 사라진 반신불수 환자의 이야기는 어떤 내용일지, 밀실트릭은 어떻게 숨겨져 있을지 어서 "내게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던져봐" 라고 벼르고 있는 내게 전혀 다른 이야기를 던진 것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괜찮은 공연이었다. 당신이 이 공연에 정말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해도 분노하지 말아라. 괜찮은 이라는 형용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몫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지만, 나에게 있어서 "괜찮다." 라는 것은 꽤 괜찮은 칭찬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다른 공연과 달리 이 공연을 굳이 친근감 있다라고 표현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생음악. 좀 더 고상하게 표현하자면 무대 위편에서 조용하게 라이브뮤직을 들려주신 고마운 분들 덕분이었다. 어찌나 연주를 잘 하시던지 녹음된 음악인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잘나가는 배우들의 연극공연, 잘나가는 가수들의 콘서트, 잘나가는 댄서들의 춤사위, 잘나가는 밴드의 음악. 만 원짜리 몇 장으로 이 모든걸 볼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아쉽다. 내 생에 최고의 뮤지컬은 아니었다. 꽤나 괜찮은 공연이긴 했지만 허전한 무엇이 마음 한 구석에서 똬리를 틀고 있다. 솔직히 가장 재미있는 영화는 기대하지 않고 본 영화이고, 가장 성공적인 소개팅은 기대하지 않고 한 소개팅이다. 모자란 이프로(2%)에 대한 것을 내 마음속의 기대감이라는 감정이 앗아가 버린 것은 아니었을지.


어쩌면 이건 내 자신의 문제일 수 있다. 그 재미있다는 호평 속의 중심에 서있었던 뷰티플게임을 보고 나서도, "이런 게 재미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던 나 이기에 지금 한번 진지하게 고민을 해 봐야겠다.


나는 관객이 아니라, 그저 공연을 바라보는 사람이 아닐지, 나는 재미라는 것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아닐지. 하는 쓸데없는 고민들 말이다.


덧1. 이 공연에는 편지를 보내주는 이벤트가 있다. 미리 알았더라면 신청하고 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다.

덧2. 중간에 꽃을 나눠주는 이벤트도 있는데, 이 또한 받지 못해(나와 함께 간 파트너가 받지 못함에) 아쉬움이 백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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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와서 영화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검색해보고 나서야 알았다. 1시간 30분이 안되는 러닝타임의 영화라는것을. "영화가 이렇게 짧았었나?" 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에 대한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고는 두가지 이유로 결론을 내렸다. 멀미할 것만 같은 흔들리는 화면, 그리고 시간가는줄 몰랐던 몰입감.

영화를 보면서 잠깐이었지만, 오래전 플레이 했던 둠(DooM) 이라는 게임이 연상되었다. 어느정도 게임에 몰입하다보면 내가 직접 총을 들고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아주 가끔이지만. 이 영화도 그랬다. 아주 잠깐이지만 영화는 날 그렇게 만들었다.

흔들리는 화면으로 정신을 빼놓는다. 아니 그 전에 아름다운 여배우들로 눈을 맑게 만들어놓고, 정신없이 화면을 흔든다. 그리고는 긴박감으로 "극장에 들어온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지?" 라는 생각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초반엔 그렇게 어지럽거나 매스꺼운 기분은 느끼지 못했는데, 끝나고 나니 찬바람을 쐬고 싶어지는 그런 상황이었다. 글쓰는 지금도 살짝 어지럽다.

사전지식 하나 없었다. 기대치 하나 없었다. 재미는 있었다. 다만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영화들이 다 그렇듯 쉽게 추천해줄 수 없는 영화이다.


관람 포인트
여배우
사운드
편집
엔딩타이틀

덧. 자주가는 커뮤니티의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수 많은 떡밥이 존재한다느니, 점점 세계관이 확립되어간다느니, 역시 에이브럼스라는등의 어려운 말들이 많이 보였다. 솔직히 영화를 보면서 떡밥이 뭔지도 모르겠고, 도대체 로스트(Lost)와 미션임파서블3 와의 관계가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단지 총제작을 담당한 에이브럼스의 작품들을 연결짓고 싶어하는 것인건지. 이러한 행동 자체가 진짜로 낚이고 있는거 아닐런지.(이런 글들을 보면서 제작자는 미소짓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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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게 지루할 지도 몰라." 공연을 보여준 누나의 걱정스러운 한마디는 오히려 공연 종료 후 공연의 만족감을 높여 주었고, 공연이 끝난 뒤 한시간 동안의 대화로 이 회색그룹의 색이 좀 더 뚜렸해졌다.

회색. 다른 색은 섞고 싶지 않다. 아니, 섞을 수 가 없다. 오늘 처음 본, 처음 들은 그들이 회색으로 들린 것은 단지 멜로디의 우울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703번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매일 듣던 음악과는 전혀 다른 음악을, 그것도 라이브로 듣는 다는 것은 어쩌면 충격일 수 있다. 이 충격은 두가지 의미로 해석 할 수 있는데, 새로운 실험음악을 접했을 때 느끼는 문화 충격 그리고 같은 장르이지만 전혀 다른 느낌이 오는데서 느끼는 신선한 충격이 그 것이다.

MOT의 노래는 흐린구름과 같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것 같고, 천둥번개가 칠 것 같지만, 이 흐린 구름은 비를 담고있지 않다. 나는 여기서 충격을 받는다. 신선한 충격이다.

상상마당의 라이브 홀은 작지 않았다. 작지 않은 홀을 가득 매운 사람들은 하나둘씩 고개를 까딱거리기 시작할 때 즈음 떠올랐다. 머리속에 회색이 떠오르자 샤샤샥 지우고는 파란색을 칠해보았다. 그 위에 흰 캔버스가 다시 생기고, 곧 회색으로 칠해졌다. 역시 다른 색은 끼어들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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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유쾌한 일이다. 평일 오후를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유로움에 대해 이야기 하다보니, 즐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삼 이 자유가 그리워졌다. 그리고 곧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것 나에게 선물을 주기로 마음 먹었다.

음악은 좋은 선물이다. 선물은 뇌물이나 구제품같이 그 목적이 있어서 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주고 싶어서 주는 것이다. 굳이 목적을 찾는다면 받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기 위함이다. 음악은 한번에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줄 수 있으니, 얼마나 실용적인 선물인가.
매일 가나초컬릿을 먹는 사람에게 가나초컬릿 두개를 선물로 주는 것은 그저 천원 한장 주는 것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이런 사람에게 촉촉한 초코칩을 선물로 주는 것은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못의 음악은 나에게 아주 좋은 선물 이었다. 내가 복이 많은 것인지 이런 좋은 선물을 주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선물이 꼭 눈에 보이는 물건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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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콜공연 때 팬들을 위한 서비스.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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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 적어도 올해 안에 바뀌지 않을 숫자의 주인공은, 내가 사는 곳. 바로 우리 동네의 택시 대수이다. 동네택시는 거의 타지 않는다. 미터기도 켜지 않고, (승객이 생각하기에는) 너무 비합리적인 요금을 받는다. 목적지를 말하면 그곳까지 가는 요금의 배를 내야 한다. 돌아오는 길에 손님을 태울 수 없으니, 타고 가는 사람이 그 몫까지 부담하라는 것이다. 혹시나 운이 좋아 손님을 태워 돌아와도 택시비를 절대 깎아주지 않는다. 몇 년이 지났는데, 최근 동네택시를 타 본적이 없기 때문에 아직도 이런 정책을 고수하는지는 알 수 없다.


"용강동이요." 그리고 서로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아드님 이신가 봐요? 멋있어요. 자랑스러우시겠네요." 룸미러 아래 달려있는 가족사진을 보고 가식적인 웃음과 함께 묻는다. 거짓말이다. 실은 사진 속 사람들에게 관심조차 없었다. 비좁은 공간에서 20분간 어색한 침묵을 참을 수 없어서 억지로 꺼낸 말이다. 육군 장교 복을 잘 차려 입은 남자를 칭찬하니, 아까의 그 조용한 모습은 마치 연기였다는 듯이 신나서 말을 쏟아내신다.


택시기사 아저씨와 말이 통하게 되면, 그건 아저씨가 되었다는 증거라고. 난 아저씨는 어른이라고 생각했고, 어른이 되고 싶었던 난 기사 아저씨에게 일부러 말을 시켰었다. 그 때는 두 세 마디 주고 받고 단절 되었던 대화가, 이제는 목적지 도착까지 끊기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가도 난 제자리 일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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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 건달이나, 정신 나간 아가씨, 사창가의 아줌마, 폭력적인 남성, 생일 맞은 아가씨, 한국인이 아닌 사람, 술 취한 아저씨, 쉴 새 없이 불평하는 사람들 모두, 택시기사 앞에선 거리낌이 없다. 처음 보는 타인에게 하루 종일 자신의 뒤통수를 노출하고 있는 그 들. 그 좁은 공간에서 자신의 뒤통수를 보이고도 그 들이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이런 거리낌 없는 모습 때문 일거다.

어디가 연출이고, 어디가 실제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영화 보는 내내 불편했을 뿐이다. 이것은 단지 내가 20대 이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텐데. 언제까지 꿈만 안고 살 수 있을까. 막노동판에서 하루 벌어 하루 살면서, 그래도 그림을 그리겠다고 소주 한 병을 몸에 담고, 책이며, 신문지이며 그림을 그린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100호짜리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그의 꿈. 마침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 때 그는 울고 있을까?


한 남자가 어두운 밤에 미술관에 숨어들어와 간절히 기도를 해요. 이 그림 속에 들어가게 해주세요. 날이 밝고, 그 남자는 사라져있고, 그 남자가 있던 자리에는 한 남자가 십자가에 못박혀 있는 그림이 있었어요. 어두워서 그림이 바뀐 것을 못 본거죠.

- 택시블루스


동화 속의 그는 꿈을 이뤘지만, 현실에서보다 더 나아진 것은 없다. 우리네 꿈은 이렇다. 갖지 못한 것을 갈망하며 아등바등 살아가봤자 남는 것은 없다. 심지어 그 꿈을 이루었다고 해도 말이다. 아니 오히려 꿈은 그저 꿈일 때가 가장 낫다. 꿈을 이룬다는 건 마치 첫 섹스 후의 공허함과 같다. 진정 아름답고 즐거운 건 꿈을 향해 달려가는 그 과정이다. 과정이 힘들어도, 꿈을 이루면 나아지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우리는 행복을 느낀다.


눈물이 흘렀다. 택시 안에서는 내 현재의 모습과, 내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속에 내가 이루고 싶은 모습은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피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았지만, 결국 피할 수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슬펐다.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그 모습들이 택시를 타는 우리 서민의 모습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지자. 우리가 삶을 이끌든, 삶이 우리를 이끌든, 어떻게든 세상은 돌아가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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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화 <<나는 전설이다. (I am legend, 2007)>> 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글이 영화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수 도 있지만, 영화의 내용을 조금도 알기 싫으신 분들 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앞 일에 대하여 어떤 기대를 가지고 바라는 것. 우리는 희망 이라고 한다. 희망이라는 건 사람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동기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낫겠지 라는 생각. 아니, 적어도 오늘보다 나쁘진 않겠지 라는 이런 작은 희망사항이 우리를 살 수 있게 해준다.

글 읽는 것을 잠깐 멈추고, 내가 지구상에 혼자 남겨졌다는 상상을 해보도록 하자. 그러지 말고 잠깐동안 해보도록 하자. 어떠한가, 혼자 남겨진 상황이 끔찍할 지도 모르고, 어쩌면 (잠시)즐거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더라도, 우리는 절대 혼자서 (오랫동안)살 수 없다. 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

굳이 우리가 힘들게 결론 내리지 않아도, 간접적인 미디어 접촉을 통해 이미 여기에 대한 해답을 알고 있다.

벌써 10년 정도 된 것 같다. 학교가 끝나고, 언제나 그러하듯 도서대여점으로 달려갔다. 손가락으로 제목을 훑으면서 오늘은 어떤 만화로 시간을 때울까 고민하던 그때, 생소하긴 하지만 자극적인 제목의 만화를 발견했다. 생존게임(아마도 그 당시엔 생존게임 이라는 제목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그 때 봤던 제목이 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라는 그 만화는 어린시절 가득했던 내 모험심과 상상력을 자극했다.

이 만화는 혼자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년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가족 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거의 모든 인류가 사라진 지구에서 이 소년이 가족을 찾는데 성공했는지 어쨌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완결이 나기전에 내가 만화방을 끊었던 이유겠지.

대니보일 감독의 28일후가 생각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설정이 너무나도 비슷하다. 같은 섬을 배경으로 했고(런던과 뉴욕)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의한 좀비들의 광견병에 걸린듯한 공격성향, 몇 안되는 정상적인 인간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치는 것들. 왜 4년전에 나온 영화와 이리도 설정이 비슷 할까. 이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 영화의 원작이 존재한다는 것 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에 출판된 책으로 말이다. 벌써 이번 영화가 동명 소설의 4번째 리메이크 작이라는 것 또한 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스티븐킹은 이 책으로 인해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라는 '소문' 도 들리는 이 책은, 많은 좀비물 들에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비슷한 설정도 무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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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진부하다. 많이 보아온 이야기를 또 한번 보려고 하니, 감상하는 내내 불편함을 참을 수 가 없었다. "그래도 뭔가 조금은 다르겠지." 라는 1시간 40분 동안의 기대는 그냥 기대일 뿐이었다.

비록 원작을 비롯하여 이전에 제작된 영화들은 보지 못했지만, 웹서핑을 하며 모은 정보를 토대로 추측해보면 이번 영화는 원작에 충실하기 보다는 블록버스터로의 영화를 위해 상당히 많은 수정이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혼자 남은 인간의 내면적 모습, 또는 어떻게 홀로 살아나가는지에 대한 부분에 촛점을 맞추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액션을 중심으로 영화를 끌어나가다보니, 28일후나 새벽의 저주와 같은 영화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아니, 내가 원하는 대로 시나리오가 진행되었다면 캐스트어웨이의 블록버스터버젼을 보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스포일러 포함한 내용을 보시려면 아래 보기를 클릭해주세요.


절대 혼자 살 수 없다 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그래도 조금은 살아갈 수 있는건, 누군가 있다는 혹은 누군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 아닐까?

바로 이것이 희망의 이유이다.


한줄기 영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blog.naver.com/leonjuhee/15002492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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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올 때 까지만 해도, '집에가면 이거 꼭 해야지' 라는 생각을 갖고 들어간다. 하지만 막상 집 안에 들어가면 남는건 "집에오면 내가 뭔가를 하기로 했던거 같은데.." 라는 생각 뿐이다. 어딘가 간질간질 하긴 하는데, 막상 긁으려고 보면 어디가 간지러운지 모르는 이 상황. 참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 해결책을 찾아보지만, 언제나 적당한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영화는 설경구의 이런 간지러움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이 글은 한국영화 <<싸움(2007)>> 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글이 영화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수 도 있지만, 영화의 내용을 조금도 알기 싫으신 분들 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남들보다 먼저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준 on20.net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리뷰를 보시려면 아래 리뷰보기 버튼을 클릭해 주세요.




덧. 시사회지만(무료지만) 좀 투덜거려야 하겠다. on20 대표님에게 F1, F2 라는 좌석을 지정받고, 사이드일거 같아 조금 걱정했었다. 그리고 극장에 들어가보니 이건 걱정할 정도가 아니었다. 벽 바로 앞에 의자가 있어서 뒤로 1도도 기울어지지 않는건 이해할 수 있지만, 스피커에 스크린이 가려서 보이지 않는것은 도저히 참을 수 가 없었다. 다행이도 F7,F8 좌석이 비어있어서 그리로 이동하여 영화를 관람하였지만, 빈자리가 없었더라면 역시 "예민결벽 과다집착형 새가슴 증후군" 인 나도 영화보는 내내 불편하였을 것 이다. F1좌석을 비롯한 모든 1번 좌석은 정말 혹시라도 내가 브로드웨이 시네마를 찾을 때 가 있다면 절대 피해야 할 좌석으로 낙점하겠다.

덧2. 위에 조금 불평거렸지만 장소를 대관해준 브로드웨이 시네마에 감사드리고, 좋은 자리에 초대해주신 on20 관계자분들께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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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글을 시작해야 할지. 우선 Beautiful Game 이라는 좋은 뮤지컬을 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준 티스토리에 감사의 말을 먼저 전하자. R석으로 배정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표를 받고나니 무려 VIP석이었다. 10열 7,8번. 사이드 끝이어서 앞사람 영향도 거의 받지 않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
후기를 쓰기 전에 다른 사람 관람객들은 어떠한 감정을 느꼈는지 알고싶어 뷰티풀게임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재밌다, 괜찮은 뮤지컬, 박건형 멋있다." 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평소 세계사에 큰 관심이 없던지라, IRA가 뭐 하는 단체인지도 모르고, 아일랜드는 어디 붙어있는 나라인지도 몰랐다. 아니 그보다 관심이 없었다고 해야하나.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선생님께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환경이다 라고 배웠던 기억도 얼핏 나는듯 하다.
2004년 이나영씨가 주연을 한 드라마 아일랜드 를 봤다. 단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기 때문에 보게된 이 드라마는 단순히 재미만을 남겨주진 않았다. 드라마 마지막 회가 끝나고 나오는 나레이션은 IRA가 어떤 단체인지 조금이나마 알게해 주었고, 어제 이 뮤지컬을 보면서 문득 이 드라마가 생각이 났다.

그 시절은 아일랜드 시골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도, 다들 쉬쉬하고, 간섭하지 않았다고 한다. 말한마디 잘못했다가 반역자, 또는 앞잡이로 몰려 죽임을 당했다고 하니, 누가 쉽사리 간섭할 수 있었겠는가.

영국과 아일랜드
1970년대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하여 제작된 이 뮤지컬의 기둥소재는 국가간의 갈등이라 생각한다. 여기 나오는 두 나라, 영국과 아일랜드(Ireland)는 거의 한나라 라고 해도 좋을만큼 가까이 붙어있는 나라다. 이런 두 나라가 붙어있으니 그만큼 교류도 많았을 테고, 그렇게 보내다 어느덧 힘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 한쪽에선 욕심을 내기 마련이다. 오랜 시간동안 아일랜드를 자국의 속국으로 만들려는 영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는 현재 독립국가이다. (아일랜드는 1937년 독립을 선언하였지만, 1949년, 영국이 독립을 인정하기 전까지 영국의 식민지였고, 북아일랜드는 아직까지도 영국령이다.

식민지 시절, 많은 뜻있는 젊은이들이 모여 독립조직을 창설했고, 그 조직이 바로 IRA이다.

다음은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에 실린 IRA에 대한 내용이다.(링크)

    * 아일랜드 공화국군(Irish Republican Army, 1919년-1921년)
    * 아일랜드 공화국군(Irish Republican Army, 1922년-1969년)
    * 온건주의적 아일랜드 공화국군((Official Irish Republican Army, 1969년-1973년?)
    * 급진주의적 아일랜드 공화국군(Provisional Irish Republican Army, 1969년-2005년?) — 이것이 오늘날 흔히 말하는 ‘IRA’이다.
    * 아일랜드 공화국군(Continuity Irish Republican Army, 1986년-)
    * 아일랜드 공화국군(Real Irish Republican Army, 1997년-)

많은 변화를 격은 IRA는 현재 무력활동중지선언을 한 상태이고, 실제로도 행동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처음 의도는 독립을 위한 열망으로 가득했겠지만, 시간이 흐르고, 단체가 커지면서 처음과 같은 방향으로 유지하기는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십자군 원정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본 뜻과 달라지는 것과 같이 말이다. 우리나라의 독립운동가들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면 아마 이와같이 변질되지 않았을까.

뮤지컬에서 나오는 IRA는 아마도 급진주의적 아일랜드 공화국군을 말하는 것일듯 싶다.

배우 박건형의 귀향작인 뷰티풀게임은 역동적인 뮤지컬이다. 그 넓은 무대를 다 사용하면서 이리지러 뛰어다닌다. 내가 앉은 자리는 VIP석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배우들 따라다니느라 눈이 매우 피곤했다. 앞좌석 앉으신 분들, 고생좀 하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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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칠해진부분


생각보다 좌석 사이가 좁아서 스테이지가 매우 가까웠다.

이런 역동적인 공연을 코앞에서 직접 보고나니, 남는 감동이 더욱 크다.
특히나 중반쯤 나오는 감옥신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12명의 헐벗은 남자들이 나와 감옥에서의 상황을 춤과 노래로 잘 표현 한 것 같다.

정말 좋았지만 흠이 좀 있다면 좀 지루함을 감출 수 없었다는게 그것이다. 150분이라는 긴 플레이 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가는 것이 굉장히 힘든일이지만, 몇가지만 좀 주의해 주었더라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특히 결혼식, 신혼여행 장면은 조금 편집하여 토마스와 존의 인물간 갈등에 좀 더 시간을 할해하였다면 좋았을 것 같았다.

밝게 사는 한 인간이 어둠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너무 가슴아팠다. 우리 대한민국도 그러한 시기를 보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니 더욱 더 쓰라린 기분이다.

축구로도 세상을 바꿀 수 없고, 총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무엇이 세상을 바꿀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건 바로 자신이라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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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본영화 녹차의 맛(味, The Taste Of Tea, 2004) 에 대한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글이 영화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수 도 있지만, 영화의 내용을 조금이라도 알기 싫다 하시는 분들 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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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곳에 들어가기 전 이었던 것 같다. 내가 철봉 이라는 놀이기구, 또는 운동기구를 접한 때가. 1990년? 1989년? 이 시절 시골에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는 논바닥을 뛰놀며 분유통을 빙빙돌리는 쥐불놀이, 그 시절 우리들이 축구라고 부르던 바람 빠진 공으로 하는 공놀이가 전부였다. 간혹 넙적한 돌멩이들을 모아서 비석치기 라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재미난 놀이도 즐기곤 했다. 이런 것들은 끼리끼리 모여서 즐겨야 흥이 나는 놀이었고, 놀 친구가 없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근처 초등학교에 있는 놀이터에 가는 것이 전부였다. 아마 이 때였던 것 같다. 내가 철봉 오르기에 성공했던 때가.


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기차로 갈아탄 뒤에야 갈 수 있는 집. 이런 한적한 농촌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재미있게 우려냈다. 평범한 시골마을에 사는 평범한 가족은 저마다 나름대로 방식으로 살아간다.

한창 사춘기인 아들은 사춘기학생 답게 여자문제로 고민하고, 어린 막내딸은 커다란 자신이 지켜보고 있다는 환상 속에서, 가정주부인 엄마는 애니메이션 작가가 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평범함과 별로 평범하지 않음이 섞여서 단순함 속에 재미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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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하다.


사춘기 아들 하지메는 너무나 평범하다. 아니, 이 영화 속 에서 그나마 제일 평범하다.

말 한마디 못해본 짝사랑 여학생이 전학을 가는데, 뭐라 한마디 말도 못하는 이 소심함. 그리고 어차피 전학을 가지 않았어도, '말 한마디 안 했을 거다.' 라고 스스로 자신을 위로 하는 모습. 대다수의 중고생의 모습이다. 머리가 뚤리는 듯한 이런 상처를 받고,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하지만 이런 맹세가 어디 맹세인가. 새로 전학온 여학생 앞에서 금새 깨져 버리고 만다. 말 대신 우산 하나 던져준 것 만으로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는 이 소년의 모습은 왠지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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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이 세상을 다 가진 듯 한 모습을


귀여운 막내 동생 사치코. 말 못할 사치코의 고민은 바로 자신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것. 문제는 노려보는 사치코가 자신보다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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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과 함께있는 사치코


삼촌에게 우연히 전해들은 환영없애기 방법을 성공시키기 위해 사치코는 필사적이다. 그 방법이라 함은 바로 철봉 거꾸로 오르기. 수도 없이 연습한 끝에 거꾸로 오르기에 성공한 사치코는 무덤덤한 듯 보인다. 마치 자신이 뭘 한지도 모르는 사람처럼. 무덤덤 한 듯 보이지만, 사치코의 기분은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다. 아니, 하늘을 날다 못해, 저기 우주 멀리까지 여행하고 돌아온 기분이다. 아무렇지 않게 한번 더 거꾸로 오르기를 성공시키고, 웃음이 사라졌던 사치코에게 드디어 웃음이 돌아온다. 이로써 어울리지 않게 어른스러웠던 사치코는 드디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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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녹차의 맛 이라는 영화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캐릭터가 있는데, 이는 바로 할아버지이다. 한없이 이상한 행동을 보여주며, 엔카를 흥얼거리는 할아버지, 결국엔 야마송 이라는 밀리언셀러의 가.능.성.이 있는 너무나도 재미있는 노래를 녹음해버린다. 이 영화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장면 하나를 대라고 하면 단연코 야마송 신이다.

야마송이 주는 것은 단지 재미뿐이 아니다. 영화를 본 뒤에 다시 한번 이 야마송 화면을 보게 된다면 알 수 없는 뭉클함을 느끼게 된다.

치매에 걸린듯한 할아버지는 단지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즐겁게 살아오신만큼 가실 때도 별다른 고통 없이 가신 듯 하다.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애니북 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남기고.


많은 곳에 향긋한 재미가 숨어있다. 끝까지 보고 나면, 담백하고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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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잘 우려낸 녹차 한잔 마신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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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 포스팅의 본문은 영화를 안보신 분이 보시기엔 상당히 거슬릴만한 요소를 조금 담고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그 분들 중에서 영화가 어떻게 전개 될지 미리 알고싶지 않으신 분들은 본 글을 읽지 않으시길 권장하는 바입니다.


가는길이 조금 불편하지만 영화를 볼때면 자주 일산을 찾게된다. 극장을 선택할 때의 기준은 개인마다 편차가 있지만, 난 극장 선택 이유로 편안함을 첫번째로 꼽는다. 많은 사람들이 스크린의 크기라던지, 영화상영의 화면비, 음향시설 등을 따진다.(물론 이중에 접근성을 첫번째로 꼽는 분들이 제일 많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큰화면에 좋은 소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불과 몇년 전에는 아무리 멀어도 코엑스 메가박스같은 곳을 찾아서 영화를 보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첫번째로 생각하는 것이 편안함이다.

일산CGV에 영화를 보러 갔다가 느낀 것은 바로 앞뒤 좌석간의 거리가 굉장히 넓다는 것 이었다. 관람료를 내가 개인공간을 구입하는 것인데, 앞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또 뒷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화면크기나 사운드가 무슨 소용이랴.

CGV일산에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좌석만이 아니다. 전관 3way klipsch Speaker 를 채용했고, 스타관의 경우 실링스피커까지 추가로 채용하여 스펙상으로는 주변 어느 극장에 뒤쳐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쇠소리나는 깨끗한 고음을 좋아하는데,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까지 정확하게 들리는게 마음에 들었다. 또한 센터스피커가 안좋거나 셋팅이 잘못된 경우 한국영화의 경우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전혀 웅얼웅얼 거림 없이 들려오는 대사가 마음에 들었다.

캐리비안의 해적3 - 세상의 끝에서 의 168분이라는 긴러닝타임을 견디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편안함이었다. 이를 위해 23일 일산 CGV 스타관을 찾았다.

3부작 영화의 경우 시작도 아니고 끝도 아닌 중간에 끼인 2부를 제작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알고있다. 하지만 먼저번의 스토리를 수습하고, 정리하여 잘 마무리 짓는 것 또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3부는 저 쉽지 않은 일을 극복 해내지 못한 듯 싶다. 두시간반이 완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라는 분들도 많이 보았다. 하지만 난 영화를 보는 동안 영화에 제대로 집중 할 수가 없었다. 중간중간 핸드폰을 꺼내어 시간을 확인하고 싶은 생각도 굴뚝같았다.

  • 옆자리에서 이리뒤척, 저리뒤척 그러면서 여자친구에서 안겼다가 다시 제대로 앉았다가 하는 남자분.
  • 이런 남자분을 애인으로 둔 영화보는 내내 깔깔깔 거리며 큰소리로 웃어대던 여성분.
  • 내 앞에 쉴새없이 핸드폰을 바라보며 문자질을 하던 여고생.
  • 그 옆자리에 앉아서 허리가 아픈듯 한시간 지난 후 부터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영화를 관람하던 여고생.
  • 내 옆라인에서 앞에 아무도 없는 것을 핑계로 좌석에 다리를 올려놓고 영화를 관람하던 어느 커플.
  • 그날따라 말썽인 내 오른쪽 렌즈.


내가 영화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은 비단 위 이유만은 아닌것 같다. 집중하지 못했던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 그 첫번째가 바로 장르의 모호성이다.
이 영화는 액션영화인가, 모험영화인가, 코미디영화인가?

어떤 영화라도 그것이 보이는 성격이 있고, 그 성격을 따라 장르를 매긴다.
꼭 이 영화는 이런 영화니까 이렇게 봐야해. 라고 정해진 것은 없다.

하지만 이끌고 가는 어떤 주된 성격하나는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진지해지려하면, 갑자기 어울리지 않는 유머가 튀어나오고,  또 좀 뭔가 하려 하면 어울리지 않는 웃음을 만들려고 하고 말이다. 편집의 영향때문인가 전혀 유머가 녹아들어있지 않았다. 마치 도넛위에 툭 튀어나와있는 초컬릿덩어리처럼. 물론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유머 라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그 유머가 전작들과는 너무 다르게, 전혀 녹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유머와 진지함 이라는 압박감이 감독을 얼마나 짖눌렀는지는 모르겠다. 분명 1편 블랙펄의 저주와 2편 망자의 함은 기억하기로 짧지 않은 상영시간임에도 전혀 지루함 없이, 오히려 왜 벌써 끝나나.. 라는 아쉬운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히려 이런 내 기억이 3편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 두번째로 등장인물들의 허무함을 들 수 있다.
"아니 그럼 저사람은 왜 나온거야?" 라고 생각되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특히 뭔가 한가닥 해줄 줄 알았던 주윤발형님의 갑작스런 죽음은 더욱 날 당황케 만들었다. 물론 내 예상대로 진행되는 것이 재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샤오펭(주윤발 극중이름)이 일찍 죽은 이유야 스토리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제대로 한것 하나 없이 사라진다는 것이 날 너무 허무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가장 의아했던 것이 바로 세계의 해적들이다. 이들의 의미는 단지 해적왕을 선출하기 위함인것인가? 플라잉 더치맨호와 블랙펄호의 싸움이 끝나고, 베켓의 배를 침몰시킨 후 함성을 지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들이 꼭 중요한 역할을 해야한다 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극중에 중요한 인물들로, 해상전에서 어느정도 활약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던 내 마음을 허무함으로 채워준것에 대한 안타까움일 뿐이다.

그리고 영화의 막바지에 베켓경은 왜 공격을 받고도 왜 전투명령을 내리지 않았냐는 것이다. 이부분에 대해서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식의 마무리는 관객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고 본다. 왜 베켓은 단지 짧은 말한마디(단지 사업일 뿐 이다라는)를 남기고 죽었는가.

  • 결정적으로 날 실망시킨 것은 해상전의 부재였다.
예고편에서 보여준 짤막한 해상전은 나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였고,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스펙터클한 해상전을 기대했던 내 마음과는 달리 단지 두척의 배가 전투의 전부인냥 보여주는 감독이 미웠다.

적어도 세계의 해적들과 함께 해상전을 펼친 후 백병전을 보여주었다면 낫지 않았을까?

  • 마지막으로 한가지 이해할 수 없는 궁금한 부분
마지막 전투협상 때 바보사와 잭의 대화는 무슨 뜻일까? 내 비밀을 발설하면 네 비밀을 밝혀버리겠다. 라는 부분에 대한 답을 주지 않고 영화가 끝나 이것 또한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딱히 재미없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기대감이 컸던만큼 아쉬움도 많은 영화이다. 하지만 처음엔 엄청난 실망감을 안겨준 말죽거리 잔혹사가 두번째 관람에서 기대하지 못한 재미를 주었던 것을 생각하면 첫술에 배부를 순 없는것 같다.

아무래도 조만간 극장을 찾아 다시한번 영화를 봐야겠다. 다시한번 볼 때 느껴지는 감정이 처음과 같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덧붙임. 전통적으로 캐리비안해적은 엔딩쿠키가 들어있다. 이번편은 상영시간만큼이나 엔딩크래딧도 길지만 쿠키가 나올때 까지 꼭 보라고 말하고 싶다.
덧붙임. 편집본이 168분이고, 원래는 3시간이 넘는다고 하니, DVD무삭제판을 기대해보자.
덧붙임. 키이라 나이틀리 영어발음 너무 좋다. CSI:NY의 맥반장여자친구(닥터 페이튼)도 그렇고. 난 왜 영국발음에 이리도 열광하는가. 냐고 물으면 그저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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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조폭영화가 성행이던 그 때.

아.. 이제 좀 이런것좀 안나왔으면 좋겠다. 라고 할 때 즈음. 넌 왜 조폭영화가 싫으냐 라고 묻는다.
조직폭력배를 소재로 하여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까진 좋다. 그런데 왜 하나같이 영화가 똑같냐 이거다.

이제 그렇게 우려먹었으니 안나오겠지. 뭐 나와봐야 안된다는것쯤은 감독도 알테고. 라는 생각이 지배 할 때.
어느날 내 앞에 나타난 우아한 세계,

이건 뭐 조폭영화도 아니고, 드라마도 아니여.


생활이 느와르가 된다는 "말죽거리 잔혹사" 라는 제목 뺨치는 부자연스러운 이 주장을 과연 내가 얼마나 공감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영화가 시작한다.

우리의 주인공 송강호가 보인다. 감초 오달수도 보인다.

영화가 끝났다.

우리의 주인공 송강호가 보인다.

이건 뭐 완전 송강호 영화다. 주인공이니 당연하다?
아. 그래서 나쁘다는건 아니다. 영화가 주는 느낌과 몰입감은 괜찮은 편이었다.

영화 중간부터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옆에앉은 사람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호흡을 가다듬었지만 실패였다.

빠르게 뛰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었다.

조금은 난잡한 편집과 카메라구도도  연출된 거라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음악. 칸노요코, 왜 일본인에게 맡겼을까? 과연 외국인이 송강호의 연기를 얼마나 이해 할 수 있었을지. 또 이 영화에 대한 느낌을 얼마나 잘 살릴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장면장면마다 부자연스러운 배경음에 시달려야 하는 관객입장을 생각은 한 것일까?

카우보이비밥에서 보여준 그 음악은 어디간건지. ㅉㅉ

하지만 영화의 나머지 부분들이 음악에 대한 실망을 커버해 주었다.

상당히 괜찮은 영화였고, 정말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아하다.

마지막으로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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