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28. 10:33 Deep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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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에게서 죽음보다는 귀여움을 보았던, 80년대 초에 태어난 나는 어쩌면 넥스트를 좋아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을수도 있다.


요즈음 사람이 죽는다는 것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조금 다르다. 주변인의 죽음은 10년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유일했으나, 그 때조차 죽음은 나에게 와닿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나는 슬퍼했다. 감정의 소모가 심한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는 외면했다. 


2014년은 너무 많은 죽음을 접한 해이다. 그럼에도 나는 슬퍼하지 않았다. 경주 리조트가 무너졌을 때에는 그렇구나 라고만 생각했다. 세월호는 애써 외면했다.


그러다 내가 매일 출근하는 판교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내가 죽었을 수도 있다 라는 생각 때문인지, 아니면 사고난 사람들과 어딘가에서 한번쯤 스쳤을법 했기 때문인지 나는 다시 힘들어졌다. 그리고 신해철이 죽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심장 이상이니, 패혈증이니 아무일도 아니었을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중학생인 나에게 무한궤도 라는 그룹은 생소했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 밴드부 에서는 넥스트 노래들을 연주했다. 신해철은 거만한 사람으로 보였고, 그의 노래는 단지 노래방에서 소비되는 콘텐츠일 뿐이었다. 무한궤도는 잘 몰랐고, 밴드부와는 거리가 멀었던 나에게 그는 단지 콘텐츠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오래 살았었으면 했다. 적어도 이렇게 허무하게는 아니었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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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혀가 너무 아팠다. 잘 때, 입을 꽉 다물면서 혀에 너무 많은 힘을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내 혀가 느껴졌고, 이 혀가 내 입안을 꽉 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 때 혀가 내 입에 비해서 너무 큰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갑자기 문득 내 혀가 낯설어졌다.


잠시동안 내 혀가 날 질식시키지 않을까 불안했다. 불안함은 오래가지 않았지만, 의식한다는건 이렇듯 낯설게 만든다. 그리고 가끔 불안하게 만든다. 


의식하게 되면, 그 순간 낯설어진다. 그랬던거 같다. 자연스럽게 구성원이 되어 있었는데, 내가 나를 의식하는 순간 내가, 주변이, 주변 사람들이 낯설게 느껴졌다. 낯선 감정은 금방 사그라들었지만, 생각은 몇 개월간 내 주변을 떠나지 않고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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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에 직면하는 사람들은 보통 두 부류이다. 그 부류는 문제를 만든 사람과 해결하는 사람이 같은 경우, 그리고 문제를 만든사람과 해결하는 사람이 다른 경우로 나뉜다. 


문제를 만든 사람이 그걸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 된다면, 그건 더 이상 문제가 아닌게 된다. 하지만 문제를 만든 사람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 이건 이제 진짜 문제가 된다.


상당히 큰 문제를 만들었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엮여 있고, 이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였다. 돈으로는 쉽게 환산할 수 없는 가치들이다. 나는 이번 문제가 잘 해결 되리라 믿는다. 지금까지 늘 그랬듯 말이다. 물론 만에 하나 이번 문제로 인해서 서비스에 큰 타격을 입는다면 나는 더 이상 이 일을 할 수 없겠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잘 해줄 것이라 믿고 있기때문에 서비스가 망하는 일은 없을거라 확신한다.


나는 한 때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입장에서 발생되는 문제는 극복할만 했으나,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문제는, 상당히 답답하다. 이번 경험에서 얻은 건, 나중에 내가 문제를 해결하는 입장이 되었을 때, 문제를 만든 사람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것 이다. 


보통 문제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팩트에만 집중한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가? 그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가? 어떻게 처리를 해야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처리 했는가?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문제를 궁금해 하며, 처리 과정을 바라본다. 하지만 주변 상황까지 고려하면서 문제를 바라보지 않는다.


왜 그런 상황이 발생되었는지 배경을 찾아보고, 또 가급적이면 문제를 발생시킨 사람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문제를 만든 사람이 직접적으로 해결 과정에 참여 할 수 없다면 그 문제에 대해서 오고가는 여러가지 상황들을 확실하게 주지시켜 어떤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책임있는 사람이라면 상황을 알기 전까지 조급해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서 하려 한다. 문제를 저질렀다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끝까지 해결 하는 것이다. 가장 현명하게 책임 지는 방식은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일을 저지르는건 실무 최전방에서 뛰고 있는 사람일 경우가 많다. 대부분 이런 사람들은, 회사에서 권한이 그리 많지 않다. 자신에게 할당된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만 많거나 조금 작은 책임이 있을 뿐, 그것에 대해서 깊이 관여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책임이 있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너한테 무슨 책임이 있냐(너 정도는 아직 책임을 질 권한조차 없다)" 라는 생각이, 나는 잘못된 생각임을 이번 상황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책임 이라는 것은 마음의 짐을 포함한다.



"이번 사태에 대한 원인은 전적으로 너에게 있다. 그러니 대부분을 네가 수습해야 할 것이다. 다만 네가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는 나를 포함한 너의 동료들이 도와줄 것이다. 그로 인해 발생되는 여러가지 정보들은 대부분을 공유 해주겠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동료를 믿고 고마워 하는 마음을 가져라. 원인은 너에게 있지만 주변 상황이 충분히 그럴만한 상황이었음을 알고 있다. 너와 책임을 공유할 사람들은 첫번째로, 너와 함께 일을 진행한 실무자와 관리자이며, 두번째로는 너에게 힘이 되어 주어야 하는 상사들을 포함한 너의 동료 들이다. 당황하지 말고, 주변상황을 잘 살피면서 수습하는 일을 진행 할 때에는 최대한 협조하고, 실수가 없도록 해라. 이번 사태의 원인은 전적으로 너에게 있다. 하지만 책임은 너에게만 있는게 아니다."



나는 앞으로 이렇게 이야기 할 것이다. 당사자 에게는 마음의 케어가 필요하다. 사실 나는 정신력이 굉장히 약해서 아주 작은 일에도 엄청나게 신경을 쓰는 타입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런 사람들은 조금만 신경 써줘도 본인이 해야 할 일은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다. 


과거에 이런 상황에 처했던 사람들이 생각나고, 현재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이 생각난다. 앞으로 이런 상황에 처할 사람은 가급적 없으면 좋겠지만, 만약 내 주변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있다면 내가 그 사람을 위해서 내가 작은 일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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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가 지나서도 한참동안 더운 날씨가 계속 되더니만, 오늘은 좀 선선하고 산책할 만한 날씨다. 오랜만에 시원하고 여유로운 하루를 보냈다.

9월, 한창 공채 시즌이다. Daum 이나 NHN 등의 IT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기타 여러 기업들에서 신입/경력 사원 공채를 진행중이다. 대학을 갓 졸업했나? 한창 이직을 준비 중인가? 뭐가 되었든 간에 다들 노력한 만큼, 잘 되었으면 좋겠다.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잘 살기 위해서 크고 작은 노력을 한다.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 또 좀 더 성장하기 위해서, 당신들은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가? 매일 RSS로 최신 기술 동향 받아보기, 매달 기술관련 서적 한권 이상 읽기, 분기별 작은 파일럿 프로젝트 수행, 매 년 새로운 언어 한 개 이상 습득 등. 여러가지로 자신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겠지. 

저 중 한 가지 라도, 또는 본인이 자기계발이라고 느끼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면 너무한거다. 자신을 고용해준 고용자에게도, 함께 일하기 위해서 면접을 본 면접관들 에게도, 자신과 함께 일을 하고 있는 팀원들에게도.

누군가는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잘 처리 해내고 있는데, 뭐가 문제냐 라고 묻고 싶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건 문제인거다. 하루이틀 일 할것이 아니라면.

한 달 걸려서 하던 업무를 일 년이 지난 뒤에 다시 한다면, 일주일이라도 줄여서 빨리 끝낼 수 있어야 하는거고 작성된 코드의 품질도 일년 전보다는 조금이라도 좋아야 한다. 여기에 새로운 시도도 접목하여 멋지고, 사용성까지 좋게 만든다면 더할나위 없다.

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가 노력을 해야 한다. 적어도 여기에 어떤 문제점이 있을지, 저기엔 어떤 좋은점이 있을지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자신이 받을, 혹은 자신이 받는 연봉에 책임을 지기 위하여, 나아가 좀 더 나은 대우를 받기 위하여 본인이 잘 해야 하는 것은 주어진 업무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다. 라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이런 사람" 이 되어야지 라고 생각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 것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당신은 노력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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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누군가 '미래의 나의 모습'에 대해서 물었다. 막연한 모습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대화는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목표를 한번 잘 생각해 보라는" 그 분의 조언을 곰곰이 곱씹어 보게 되었다. 그 뒤로 매일 저녁, 이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는데, 결국 그려지는 모습은 김밥집 아저씨 외에는 없었다. 

2007년, 장기적인 인생의 테마(목적)를 잡을 때에는 명성을 쌓는 것이 인생에 대한 성공이라 생각했다. 쉽게 말해서 평판을 쌓는 것. 주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본받고 싶어하는,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의 나는 주위 평판에 민감한 사람이었기 때문인 것같다.)

앞서 2011년의 목표를 생각하고 정리해봤는데, 이를 보면 아직 이 목적에는 큰 변함이 없는 듯 하고, 2011년 목표또한 목적에 부합하여 잘 정한 것 같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그게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31%인간형의 감상을 쓰면서 느낀건 "국민학생, 중학생" 의 기준으로 인생의 목적은 내가 무엇을 하면서 먹고 살 것인지 보다는, 20대, 30대에 어떤 일을 하게 될까 라는 것 정도이다. 그리고 그게 지난 뒤 "존경받는 사람" 이라는 나침반을 새로 잡게 되었는데, 한 3년이 지난 지금 위 계기로 인해서 이게 과연 정말 내가 원하는 것 나침반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인 경제활동을 시작하고, 여자친구와 결혼을 생각하면서부터 스스로에게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하였는데, 행복의 조건으로 돈 이라는 것을 빼놓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실과 이상을 타협하는 과정인지, 아니면 내 본심이 드러나는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돈이야 쓸 만큼만 있으면 된다. 라는 생각이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라는 생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보면 타협이라는 것은 핑계 같기도 하다.

앞서 이야기한 김밥집 아저씨. 그리고 지금 이야기한 명성, 돈을 조합해보면 김밥을 잘 마는 돈잘버는 김밥집 아저씨 정도이다. 김밥집 아저씨는 여자친구와 결혼하여 미래에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모습이다. 여기서 김밥집 이라는 것은 삶에 대한 구체적은 모습이고, 이에 추상적인 모습은 행복이다.

행복과 명성, 그리고 돈 세가지로 다시 생각을 해보면 행복이라는 것은 일정 이상의 경제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행복을 위해 필요한건 돈이라 볼 수 있다. 그럼 이제 내게 남은건 명성과 (일정이상의)돈 둘 중 하나의 선택인데, 이건 참 결정하기 쉽지 않은 듯 하다.

명성과 존경(주변사람의 평가)는 개인적인 삶의 목적이고, 돈은 반려자와의 행복을 위한 필수적 항목이다. 삶을 살면서 두가지 중 한가지를 선택해야 할 시기가 분명 언젠가 올텐데,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현재는 아마 후자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한다. 
아무래도 조만간 내 장기적인 인생의 테마를 새로 설정해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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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을 마무리하고, 2010년을 시작할 때 즈음에는 한 해의 정리를 시작으로 다른 한 해의 목표를 세우려 했다. 하지만, 이를 생각하는 것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귀찮아졌고, 곧 "어차피 지켜지지도 않고 목표 따위 안 돌아볼 거 아니야?"라는 자기합리화로 이어졌다. 

그리하여 결국 나는 2010년을 목표나 테마 없는 한 해로 살았고, 하루를 되는대로 살았다. 폴 발레리가 경고한 대로 나는 곧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고,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었다.

한해의 목표를 잡고, 인생의 목적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에게 어릴 적 장래희망을 물었던 선생님들은 이 행위를 의례적인 행사로만 여긴 듯하다.(적어도 그렇게 기억된다.) 나는 내 아이를 갖게 된다면 장래희망도 좋지만 매년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넌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이고 싶으냐고.

인생의 목적을 갖고 삶을 살게 되면 그 삶에는 일관성이 생긴다. 삶에서 일관성이라는 것은 매우 긍정적 요소이다. 일관성이 있는 삶의 장점 중 하나는, 무언가의 어려운 선택에서 매우 좋은 스스로 조언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야 한 해를 정리하고 계획하는 일에 대한 중요성을 막연하게나마 조금 인지하게 되었다. "이렇게 살자!"라는 목적이 있다면 일단 기준이 잡힌 것이고, 이는 목적을 향한 목표설계를 통해서 삶이 갈팡질팡하지 않게 도와준다. 

2010년 한 해. 했던 일들을 정리하고 2011년 한 해 다짐을 새롭게 해볼까 한다.

2010 년을 정리하며

  • 계획하고 성공
    • 없음
  • 시도하고 성공
    • jQuery 공부
    • 웹트렌드 동향 주시 및 신기술 적용
    • 모바일 변환 페이지
    • Flex공부
  • 계획했지만 실패
    • 없음
  • 시도했지만 실패
    • 안드로이드 개발 공부
    • 아이폰 개발 공부
    • 작년보다 많은 독서량
    • 작년보다 많은 글쓰기 & 독후감
    • 우쿨렐레 배우기

2011 년을 시작하며

  • 페이스를 잃지 않는 독서 (약 한 달에 두세 권)
  • 독후감 (읽은 책의 80%정도)
  • 에세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 세금공부 (연말정산 내 힘으로)
  • 안드로이드 공부 (웹을 벗어나보자)

2011 테마

  •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덜 말하고, 표정을 지키자.

목표는 역시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며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2011년은 확실한 목표와 자신의 테마를 갖고 선택과 결정을 일관성 있게 해봐야 하겠다. 그렇다고 얽매이지는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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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상으로는 늦은 봄인 어느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면서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속에서 물김치가 생각났다. 아삭하게 깨물리는 열무 이파리와 시원해보이는 뽀얀 국물. 어제 저녁 먹었던 미지근한 물김치가 생각났다. '그게 조금만 더 차가웠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상상속에서나마 시원한 물김치를 한입 떠먹었다. 그리고는 마치 진짜로 먹은 듯 온 몸이 시원해졌다.

그러니까, 당신의 물김치는 너무 맛있다. 


"설마, 처음해본거야? 물김치."
"아니~ 이전에도 가끔 했었는데. 별로 안좋아 하잖아. 물김치."


'내가 물김치를 싫어했었나' 라는 의문이 들고 몇 초 지나지 않아서 그게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싫어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좋아하는 축에 낀다. 여름날의 물김치는 좋아한다. 그리고 겨울에 떠먹는 아삭한 동치미도 좋아한다. 


잠깐 내린 소나기 때문이었는지, 그다지 덥지 않은 오늘 저녁도 당신의 물김치가 생각났다.


자, 이제 설거지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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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1. 22:32 Deep

두가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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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만에 앨범을 구입했다. 싸구려커피가 들어있는 보온병같은 앨범이다. 듣고있다보면 정신이 멍해지는 노래 세곡이 수제케이스에 고이 들어있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서, 아니 마시지 않아서 미지근한 커피를 마시고 속이 쓰리는건 알 수 없으나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지는 느낌은 있어서 좋다.

그래서 샀다. 천원짜리 네장으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




2. 공부가 하고싶어졌다.
어제, 그러니까 11월의 마지막 날이면서 마지막 일요일이었던 날, 왕복 100분 거리의 결혼식장에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블로깅을 했다.
싱숭생숭한 마음에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는데, 애인없는 솔로가 봄바람 살랑 맞으며 하염없이 핸드폰 전화번호부를 뒤지고 다니는 그런 마음과는 조금 달랐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니 어쩌면 거의 처음이라고 해도 좋을 그런 느낌은 바로 지적갈망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서점에 들렀다.

내일까지 싱숭생숭하면 공부를 시작해야겠다.



0. 불과 몇 년 전에는 할 수 없었던 일을, 지금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이래서 도전이란걸 하나보다.

고등학교때 우리 담임은 도전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희망을 갖습니다. 라는 긴 문장을, 안그래도 외울것 많은 고등학생들에게 외우라 시켰다. 1592년에 조선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까먹어도 이건 안까먹는거 보면 우리 담임은 성공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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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너와 함께 살게 된, 꽤 힘들었던 그리고 외롭지 않았던 시간. 생각한다. 나보다 무려 2 년이나 먼저 이 곳에 터를 잡고 있던 네게 나는 불청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을 거라고. 말을 시작한 지 십수개월이 지나 네가 다른 아이보다 먼저 배워야 하는 말이 있다면 그것은 동생 이라는 단어였을 것이다. 남-적어도 동생이 없는 아이-보다 한단어를 앞서갈 수 있었던 너는 필히 나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남-적어도 형이나 오빠, 누나나 언니가 있는 아이-이 아는 단어를 네가 먼저 몰랐다고 날 원망할 순 없다. 그래도 굳이 내 탓으로 돌리고 싶다면 어쩔 수 없이 미안해 하겠다.

스물여섯 해가 지나도록 네게 변변찮은 편지 한통 못써준 것은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남매라는 한 묶음으로 살아야 하는 모든 남성들의 문제-그것도 매우 심각한 수준-일 것이다. 이 모든 것에 대해 한마디 불평이라도 하고 싶다면  "매(妹)의 날" 이 없음에 대해 대한민국을 원망해라.

이 편지를 쓰는게 네가 태어난 기념일 즈음 이라는 것이 결코 의도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이 글에 그 날을 축하 하는 마음도 담겨있음을 내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으리라.
이제 곧 9자가 되는 네 이십대의 슬픈 날이 걱정되면서도, 아직 '만' 으로는 스물일곱이라 스스로 위로할 널 생각하니 네가 너무 안스러워 창밖의 전경색이 검은색에서 푸른색이 될 때까지의 내 새벽 시간을 네게 양보한다.


우리 둘의 관계는 매우 어색하다. 이것은 "친함에의 어색함" 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국민학교 시절 즈음 남자둘을 형제라 부르고, 여자 둘은 자매라 부르는데 남자여자 둘은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 그냥 형제라 불렀던 그 때 처럼, 남매라는 단어는 내게 생소하다. 심지어 "형제자매" 라는 단어가 국어 사전에 버젓이 등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국어사전 어디에도 형제남매, 자매남매 그리고 형제자매남매 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남매' 라는 "형제자매에 낄 수 없는", 동떨어지고 이질적인 단어만 존재할 뿐이고, 이 단어마저 "오빠와 누이-남동생과 누이가 아닌-를 아울러 이르는 말" 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공인 받지 못한 이런 어색한 사이에서 이제는 서로가 존재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져 마치 내 손처럼, 있지만 인식하지 못하는 그런 관계가 되어버렸다. 길을 걷다 갑작스레 넘어져 나도 모르게 손으로 땅을 내짚고는, 손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처럼, 어느 순간 네 존재를 인식할 때가 있다. 이렇듯 우리 둘의 관계는 매우 어색하다.


착취의 대상이었다. 말도안되는 고리대금으로 네게 돈을 빌려주었을 때는 그 몇 배의 돈을 강탈해 갔다. 그러나 "나중에 몇 배로 갚겠다." 하며 네게서 돈을 빌리고 내가 그 돈을 갚지 않았을 때, 네가 한 일이라고는 고작 어머니에게 일러바친 일 뿐이라는 것을 아직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 또한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결제 계좌가 네 통장으로 연결된 신용카드를 긁고 매번 사인하면서 승인 기록이 떨어질 때마다 그래도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며 네게 감사하고 있음을.


손을 잡지 않았다. 너와 내가-어쩌면 나만-매우 전투적이었던 그 때, 전쟁 중인 두 사람이 둘이 손을 잡는 다는 것의 의미는 휴전 그 이상 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마치 김일성이 죽고 '이제 통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국민학교 3학년의 시각에서 바라본 남북한의 관계와 같았다. 나와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했던 한 남자아이가 누나의 손을 잡고 길거리를 활보할 때 느꼈던 배신감은, 김일성이 죽었는데도 불구하고 통일이 되지 않았던 그 시절 이 사회에 느꼈던 배신감보다 훨씬 컸다. 그래서 난 더욱 네 손을 잡지 않았다.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의 남매라 생각했다. 우리는.
지극히 평범하게 싸우고,
지극히 평범하게 화해하고,
지극히 평범하게 서로를 생각하고,
지극히 평범하게 서로를 무시한다.
물론 아직도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남매라 생각한다. 우리를.

이렇듯, 착취의 대상이었고, 어쩌면 조금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그리고 매우 어색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무심한듯 시크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한다.
 
생일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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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정차역은 하늘역


지레 겁먹는다는 것 일까? 쉬고있다고 생각되는 어떤 조류를 촬영하기 위해 다가갔다. 여기저기 걸어다니는 날지못하는 비둘기들, 시청앞 광장에 뒤뚱뒤뚱 걸어다니는 닭둘기들과는 다른 부류였다. 조금 가까이 다가가니 역시나 바로 날개짓을 하고 하늘로 날아 오른다. 

다치게 하려는 마음은 없었고, 그저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사진 한장을 찍고 싶었던 것인데. 날아올라버렸다. 가까이 다가오는 무언가가 무서운 것일까? 그저 혼자 있고 싶었던 것일까. 지레 겁을 집어먹는 것을 보면서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새가 날아오른 이유도 모르면서 동질감이 느껴지다니 참 우습다. 

사람의 마음은 충분히 위협적이다. 전부 까뒤집어 보여 줄 수 없고, 설사 까뒤집어 보여준다고 해도 그 것을 제대로 알아 볼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겐 없기 때문에, 다가오는 마음에 대해서 처음에는 무조건 경계심을 갖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이 경계심과 충분한 협상을 진행 할 필요가 있는데, 이 협상의 진행 결과에 따라서 자신에게 돌아올 상처의 크기가 결정된다. 지레 겁을 집어먹은 사람의 경우 협상은 결렬된다. 협상 하지 않는 대신 잃는 것도 없다. 한번 크게 잃어봤던 사람들이 보통 이런 결정을 많이 내린다. 

저기 저 날아오른 새도 그랬을까? 무언가를 크게 잃어봤던 것일까? 겁 이라는 것이 유전적으로 그저 되물림 되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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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렇게 급하고, 무서워서 스스로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도마뱀처럼 자신의 깃털을 날리고 날아갔을까. 

부드러운 깃털에 베어져 있을 "겁"이 옮을까 두려워 집어 올리기 무섭다. 이런 날 생각하니 지레 겁을 집어먹은 건 오히려 나구나. 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온다.

"난 상처 받을 각오를 할 테니, 넌 꼭 날 즐겁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 줘야 해."라는 타협보다는, 상처 따위 안 줄 것이라는 믿음. '사람과의 협상은 타협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믿음일지도 모르겠다. 단어로만 놓고 봐도 '타협' 보다는 '믿음' 이 훨씬 들리기도 좋고, 마음을 포장하는데도 도움이 되니 그냥 믿음이라고 생각해버리자.


혼자 걷는 공원은 쓸쓸하지만,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 좋다. 새로 산 옷을 자랑하고 싶은데, 마땅히 어디 자랑할 사람이 없을 때, 난 그냥 외출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새로 산 옷인지 알 리도 없고 상관도 안 하겠지만, 옷장에 걸어두면 새 옷에 쓸쓸함이 전염된다. 

적어도 산 날에는 한번 바깥바람을 쐬어 주어야 좀 면역이 생긴다. 코트를 입기엔 좀 더운 날씨임에도 꿋꿋이 벗지 않고 버텨본다. 그리고 하늘공원으로 향하는 마지막 계단을 오르고 나서야 코트를 벗는다.

갑작스러운 한기에 몸이 떨리지만, 어렵게 벗어서 고이고이 접어놓은 코트를 굳이 다시 펼쳐서 입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산책하면서 조금 전 감상한 베토벤의 이야기를 되씹어본다. 머릿속에 남은 것은 '9번 교향곡은 굉장한 곡이구나.'라는 생각뿐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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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매립장 꼭대기에서 본 노을은 아름다웠다. 하늘과 좀 더 가까운 곳에서 보는 붉은 노을은 배고픔도 잊게 하고 날 좀 더 이곳에 잡아두었다. 하늘과 노을 사이엔 경계심이 없다. 이들 앞 가로등에 켜진 불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낸 아르바이트생은 5분여간 커피의 주인을 찾았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당연하다. 주인이 없으니, 아르바이트생이 찾는 커피의 주인은 우유를 주문했으니까. 

아르바이트 학생의 실수로 더욱 고파진 배를 달래려 샌드위치를 보란 듯이 우적우적 씹어먹는다. 우유와 빵. 이처럼 잘 어울리는 커플이 있을까. 조금 퍽퍽하다 싶을 때 한잔 들이키면 부드럽게 빵을 녹여준다. 

아니 빵이 우유를 흡수한다는 것이 맞겠다. 우유의 맛을 없애주는 것 또한 빵이다.
아니 입안의 우유를 빵이 흡수한다는 것이 맞겠다. 우유는 반항 없이 자연스럽게 흡수된다. 

그리고 결국엔, 빵을 정복한다. 빵은 우유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다시는 본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빵 섞인 우유 또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들 사이엔 역시 경계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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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0. 13. 16:12 Deep

어떤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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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한 컵에 2200원짜리 우유와 함께 샌드위치를 씹으며 글을 씁니다.
벌써 하루 외박을 하고 집에 들어가야 할 시간은 이리도 한참 지났는데.
현실과 마주하기 두려워하는 내 모습을 날씨와 계절을 핑계로 잠시 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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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화창한 날씨 속,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서 글을 씁니다. 불법으로 다운로드 받은 once의 OST를 듣고 있으니,

감정을 토해내는 목소리에 울컥하는 감정과 불법이어서 미안한 감정이 섞여 올라옵니다. 둘 다 노래 때문입니다.

감정에 취해 노래를 부르는 턱수염 아저씨가 보고 습니다.

지금, 이 정류장에서 내려야겠습니다.



03.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열심히 달렸지만, 야속하게도 코앞에서 문이 닫힙니다.
닫힌 문을 보면서 뭘 그리 집착하는가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나도 가을을 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04.
지하철을 기다리며 노트에 글을 적습니다.
무릎을 책상으로 글을 쓰는 것이 얼마만의 일인지 이제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몸은 기억하고 있는지 이 자세. 낯설지 않습니다.
스치는 생각을 잡기 위해서 구입한 노트는 글쓰기에 익숙하지 못한 주인을 만나서 벌써 표지가 많이 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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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영화시작 20분 전. 또, 무릎을 책상으로 글을 씁니다.

악필주제에 이런 짓을 하려니, 글씨가 제 멋대로 움직입니다.
한 글자 한 글자를 마치 다른 사람이 쓴 듯, 모양이 제각각 입니다.
아니, 옆자리에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는 두 사람이 부러워 짜증부리는 것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란 조명 아래서 광고소리를 들으며 무언가를 끄적거리는 것. 나쁘지 않습니다.


06.
영화가 끝나고 돌담에 앉아, 컴팩트 디카를 통해 풍경을 바라보며 글을 씁니다.
쌀쌀한 날씨지만 그늘 없이 오랫동안 태양과 마주하니 조금은 덥다는 기분이 듭니다.
베드민턴 라켓을 휘두르며 사이 좋게 콕을 주고받는 자매를 보고 있자니, 이 한가로운 기분이 진짜라고 느껴집니다.
베고 누울 누군가의 무릎이 그리운 시간입니다.

Miluju te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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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이든 동성이든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호감이 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인상이 좋아서, 또는 예쁘게 생겨서, 아니면 진짜 인간적으로 괜찮아서 느끼는 호감과는 조금 분류가 다른 것 이다. 호감이라고 칭하기 보다는 일종의 동경 으로 보는 것이 옳을 지도 모르겠다.


우선 남녀 구분 없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미술을 하는 사람이 좋다. 내가 만난 모든 미술쟁이들 에게는 뭔가 탁 꼬집어 말 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그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거나, 뭔가를 만들거나 하는 예술행위를 보고 있자면, 갑자기 "이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든다. 이유는 여전히 알 수 없음. 이다.

미술을 하는 사람이 좋다. (이 문장에 굳이 '잘' 이라는 수식어는 붙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한가지 있는데, 이 미술 이라는 것이 단순히 그림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시절, 우연한 기회에 미술학과 학생들의 작업실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앞치마를 두르고 작업중인 학생이 보여주는 그 모습은 너무나 멋이 있어서, 정말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번 지인의 부탁으로 미술학원으로 아르바이트를 간 적이 있었다. 찰흙으로 얼굴을 만드는데, 그 얼굴 모델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보수가 괜찮아서 바로 흔쾌히 승낙 하였고, 그 때 내 얼굴을 만들던 그 여고생을 난 아직까지 잊을 수 없다.

중학생 시절, 꽤 오랫동안 미술학원에 다닌 적이 있었다. 몇 번의 수상 경험도 있었고, 그 당시에는 개인적으로 "꽤 잘 한다." 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지금 당장 그림을 그리라 요구하면 제대로 된 선 하나 그을 수 없다. (오랜 시간이 흐른 것은 이야기 할 필요도 없이) 이는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 라는 압박감에 따른 심적 부담감이 야기하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상실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창의력 부족" 과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마디로 나는 예술행위를 하지 못 한다.

소위 말해서 예술인 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못 가진 것에 대한 집착과 대리만족이 아닐까.


이제 조금 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요리를 하는 여성이 좋다. 아니, 요리를 잘한다고 하기보다는 조금 헌신적인 사람이 좋다고 할까. 물론 재료가 있으면 이것저것 잘 만드는 사람도 좋다. 주방에 서서 양파에 칼질을 하고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냥 좋다. 하지만 이보다 내가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누구의 집에 우르르 몰려가면, 말없이 조용히 방에서 나가 무엇인가를 만들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쨘~ 하고 뭔가를 갖고 오는 그 모습. 그리고 "언니 제가 할께요. 아니 내가 할께." 와 같은 조금은 헌신적인 모습이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좋다." 라고 하는 남자들을 정말 많이 봐왔다. 이런 남자들의 대부분은 아마 "순전히 요리를 잘하는 사람" 이 아니라 주방에서 조금 헌신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이야기 한다고 생각한다. 좀 남성의 입장에서 말을 포장해보자면, "요리를 즐기는 사람" 정도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약 4년간 혼자 자취를 했기 때문에, 밥을 비롯한 아주 간단한 반찬정도는 만들 수 있다. 한마디로 요리를 못하는 편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여성이 좋다는 것은 집착이나 대리만족으로는 설명 할 수 없는 부분이고, 단지 난 순종적인 여성을 원하는 것이 아닐까?


다시 사람들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 뭐랄까. 쉽게 이야기 하자면 난 번역 일을 하는 사람이 좋다. 번역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 종류는 굳이 가리지는 않는다. 책, 논문, 대사, 등등.

하지만 왜 그런지 난 이런 사람들이 좋으면서도 어렵다. 그러니까 쉽게 친해질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스스로가 느끼는 능력에 대한 열등감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런 사람들이 좋을까? 미투데이에 "미술, 요리, 번역에 대한 포스팅" 을 올리고, 한번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나는 그 외국어 라는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는 것 같다. 외국어는 내가 잘 하지 못하는 수 많은 것 들 중 하나 이기도 하고, 정말 잘하고 싶은 것 중에 하나 이기도 하다. 정말 잘 하고 싶은 것 중 하나로 외국어능력 말고, 글쓰기도 있는데, 나는 이 번역 이라는 일이 글쓰기와 외국어능력 두 가지 모두가 충족되지 않는 이상 제대로 하기 힘든 일이라 생각한다. 주변에 번역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몇 사람 있다. 정말 이 사람들은 에너지 가득하고 멋있다. 정말 닮고 싶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번역하는 사람들이 좋다. 알고있다. 모든 번역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이렇지는 않다는 것을. 그래서 지금 내가 내리는 결론을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칭해도 할 수 없다. 어찌되었든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은 그랬다.

내가 정말 이상적이라고 생각 하는 여성상은 미술을 하고, 요리를 즐기고, 또 마음 내키면 번역 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이런 여자는 분명 한국에 많이 있다. 문제는 "이런 여성이 과연 나와 만날까" 이다. 이는 좀 현실적인 문제인데, 나는 좀 순진해서 연애와 결혼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이는 분명 상대도 마찬가지 일텐데, 자신이 결혼 할 대상이 상대적으로 자신보다 능력 없는 사람이라면, 서로 맺어지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아무래도 좀 힘들지 않을까? 좀 더 쉬운 길을 찾기 위해 어서 빨리 노력해야겠다.


어쩌면 난 그냥 단지 이런 모습을 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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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7. 25. 04:49 Deep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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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초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떠한 능력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 중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 "독심술" 이라는 능력일 것이다. 어떤 한 사람이, 다른사람의 마음을 명확하게 알 수 는 없다. 단지 추측하고, 지레짐작 할 뿐인데,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에 대한 불신만 쌓여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독심술을 대신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잊고산다. 이는 자신의 속내는 털어놓지 않고, 남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만 알아내려고 하는 이기적인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금만 더 솔직해 진다면 얻을 수 있는 것인데, 그것은 바로 "대화" 이다.

  사람들은 보통 살아오면서 "저사람은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아주 어릴적, "부모님은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라는 의문을 시작으로 "저 친구는 나랑 놀고싶은 것일까?" 를 비롯해  뫼비우스의 띠처럼 생각은 돌고 돌게된다.
  그러다 점점 나이를 먹고 이러한 의문점이 자신을 매우 괴롭힐 때가 있는데, 그 것은 바로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이성과의 관계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어느순간 좋아진 감정이 생기고부터, 호시탐탐 그(그녀)의 행동만을 살피고, "저 아이는 어떤 이성을 좋아할까, 사귀는 사람은 있을까, 어떤 색, 어떤 음악, 어떤 책을 좋아할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저 아이도 날 좋아하고 있을까?" 기역자 벽의 모서리에 코를 기대고, 고개를 슬쩍 앞으로 숙이기만 하면 상대가 있나 없나 알 수 있는 그런 벽에 서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가슴 졸이고 있는 상태. 이런 상황을 끝으로 행동에 나선다. 아니 행동에 나선다는 것은 자신만의 생각일지 모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이미 많은걸 행동으로 보여줬을 지도 모른다. 아니, 내 수년간의 경험으로 보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고개를 앞으로 숙여보니 운좋게도 상대가 있었다.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일이 잘 풀려 둘이 사귀게 된다고 해도 이러한 고민은 끝난게 아니다. "왜 이런 행동을 할까?, 날 정말로 좋아하긴 할까?" 와 같은 생각이 자신을 따라다닌다. 물론 "믿음" 이라는 강력한 보호막이 지켜주긴 하지만, 영원하지 못한것이 사실이다. 보호막이 약해질 때, 그 때 다시 보호막을 단단하게 해줄 것이 필요한데, 그것 또한 "대화" 이다.

  대화 라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요즘같이 통신수단이 발달한 때에 누구나 쉽게 전화나 문자 등의 인스턴트 대화를 나눈다. 내가 이야기 하는 것은 이런식의 잊혀지는 대화가 아닌, 서로의 눈을 보면서 상대방의 눈에 내 말의 기록을 남기 듯 하는 그런 대화이다.

  자.. 그럼 이제 대화를 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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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7. 23. 03:16 Deep

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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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몇 개월을 방학처럼 보내고나니 말수도 줄고, 자신감도 많이 잃어버린 듯 하다. 학생일 때에는 부족한 것 모르고, 오히려 내 능력에 대한 믿음으로 가득했던 시절을 보낸 기분인데.

고등학교1학년 축제때는 연극주연으로 1등을 하기도 했었고, 2학년 축제때 축제 사회를 진행하기도 하였고, 선도부의 부장으로 고등학교 2,3학년 시절을 보내기도 하였다. 나름대로 건강한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대학시절까지 뭐든 앞장서서 일에 참여하고, 해결하는 것을 좋아했다. 사람들도 많이 따르고, 나도 만족했던 시절이었다. 굳이 좋게 말하자면 한마디로 능동적인 사람이랄까. 정말 말도 많은 수다쟁이에다가 특기는 이간질, 후배갈구기, 선배들에게 애교부리기 등. 사악하면서도 귀여운 짓을 많이 했었는데.

그런데 생각해보면 성격은 얼마나 안좋았는지,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면, 당장 얼굴표정에 싫은 것이 나타나고, 어떻게든 내 뜻대로 하려는 성격이었다. 이건 아니다 싶은 건 두번세번 참아보고, 그래도 고쳐지지 않으면 선배든 후배든 대놓고 말을 했댔으니, 생각해보면 조금 미움은 받았겠드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교성 좋다는 소리도 많이 듣고, 영업사원으로 직업을 생각해보라는 권유도 많이 들었다.

그 때는 뭐 그리 할 말이 많았던지, "함께 걸어가는 사람에게 지루함을 주면 안된다." 라는 생각에서 였는지, 아니면 그냥 마음이 편한 사람이어서 였는지,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누구앞에 서더라도 내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은 몇 마디 되지 않았고, 그나마도 무리에 있을 때는 휩쓸려 사라지기 일수였다.

점점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에 비례하여 입밖으로 나오는 단어들의 수는 줄어들었다. 난 상당히 심심한 사람으로 바뀌었고, 술도 입에 잘 대지 않았다. 술을 마시면 얼굴은 둘째치고, 온몸의 살색은 사라지고, 그 위에 붉은 색이 덮혀버리는 그런 체질이지만, 학부시절 엠티만 가면 보이는대로, 닥치는대로, 주는대로 먹었다. 무식하게도 큰종이컵에 소주를 가득 따라 버릇없는 후배놈과 마시자를 외치며 원샷을 하곤했다. 잘곳이 바로 코앞이고, 대하기 편한 후배들이기에 가능했던 일. 좀 불편한 선배와는 목구멍으로 쓴 액체를 3잔이상 넘기는 것을 간이 허락하지 않았다. 주량이 많은편은 아니지만, 마음 편하고 몸편할 때는 소주를 두병까진 마신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가 술을 줄이게 된 이유가 몇 가지 있는 듯 하다.

대학 마지막 축제. 그동안 즐기지 못했던 축제에 대한 한이 맺힌 난, 정말이지 마지막 축제를 즐겼다. 거의 모든 행사에 참여하고, 예술대학의 많은기념품을 구입했고, 주점엔 매일같이 나타나 술을 마셨다. 축제의 마지막 날이었나. 마지막 전 날이었나. 내 인생에 처음이자 (아직까진)마지막으로 술을 퍼먹고 소위 말해 개가 된 적이 있었는데, 사건은 이러했다. 평소 실습조교로 들어가던 컴퓨터 수업의 학생들과 술자리를 가질  기회가 있었는데, 그 학생들이 때마침 미술학과 학생들이었다. 개인적으로 붓잡는 사람들을 좋아하는지라, 자주 함께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많이 하던 친구들이었다. 분위기에 취한 탓인지, 그날따라 술이 달았다. 입으로 들어가는 액체가 사이다인지 소주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즈음 잠이 들었다.(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잠이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날, 내게 후배가 보여준 동영상 속에는 한마리 개가 재롱을 떨고 있었다. 전생에 나는 아마도 개였을지도.

그리고 한 6개월 정도 술자리에서 언제나 분위기만 즐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술을 마시면 말이 많아지고, 말이 많아지면 알게모르게 실수를 하게 되고, 그렇게 된 경우 대부분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점점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 앞이 아니면 술을 안먹게 되었다. 한잔 따라놓고 홀짝이는 수준에서 머물고, 언제나 긴장하며 말똥말똥한 정신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요즘 들어서 부쩍 놀자리가 많아졌다. 사람들과의 접촉이 이리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정말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외로웠었나보다. 외로웠던 만큼 받고싶은 관심이 컷던 것일지 모르겠다. 함께하면 즐겁고, 더 오래있고 싶고, 또 있고싶고.
잊었나보다. 얻은만큼 또 받지 못하면 힘들다는 걸. 이런면에서 꽤 무디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연습좀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돌아오니 그것도 아님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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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있을까.. 아니면 나 먼저 갈까?”

이런 날은 아무래도 남자가 혼자 있고 싶어 할 거 같아서 여자는 그렇게 물어봅니다.

무슨 일인지 알 순 없으나...

어쨌든 여자와 남자 둘 사이의 문제는 아니고, 아마 회사 일인 듯 한데, 어차피 물어도 대답은 안 할 거고...

그리고 이럴 때는 으레 혼자 있고 싶어 했었고..

그런 생각 끝에 여자는 이미 핸드백을 집어든 상태.

 
남자는 예상대로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그럴래? 그럼 오늘은 먼저가고 내가 내일 전화하게.”

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얼굴에는 언뜻 고마움 같은 것도 나타납니다.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거 이해해줘서 고마워’ 그런 마음. 먼저 간다고 말은 했지만 혼자 남겨 두는 것도

혼자 가야 하는 것도 못내 아쉽고 서운한 여자. 그래도 애써 표정을 감추며 손을 흔듭니다.

소리 나지 않게 ‘갈께’ 입모양을 만들어 보이며.


왜 너는 나와 고민을 나누지 않는가?

연애를 처음 시작하던 시절 그건 두 사람이 가장 자주 싸우던 주제였습니다.

‘왜 너는 나와 고민을 나누지 않는가?

 왜 나는 너의 모든 것을 알 수가 없는가?‘

이것이 여자가 서운한 이유였고..

‘말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니까 그렇잖아, 좋은 것도 아니고

둘이같이 고민할 필요가 뭐가 있어‘

이것이 남자가 입을 다물던 이유였죠.


이유는 서로에게 더 잘하고 싶어서였지만,

결과는 서로에게 피곤함만을 안겨주었던 말다툼.

하지만 이젠 그런 다툼 대신 혼자 조금 미안해하고,

혼자 조금 아쉬워하며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게 된 두 사람.


카페 문을 나온 여자는,

‘뭔지 몰라도 잘 풀려야 할 텐데.. 문자 메시지를 보낼까?

 아니다, 생각하는데 방해되겠지‘

남겨진 남자를 걱정하며 버스정류장으로 타박타박 걸어가고.

카페 안에 앉아있는 남자는,

‘혼자 가느라 심심해하겠네.’

여자의 쓸쓸했던 뒷모습이 못내 마음에 걸려서 결국

전화기를 꺼내 듭니다.

곧 딩동 여자핸드폰이 울리고 여자는 도착한 남자의 문자메세지.

“니 걱정 하니라 내 걱정이 뭔지 까먹었다.

아직 버스 안탔으면 정류장에서 기다려줄래?"


그대의 복잡함에 내 외로움을 양보하고...

그대의 외로움에 내 복잡함을 잊고...

 written by 문미경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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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나와 고민을 나누지 않는가?
 왜 나는 너의 모든 것을 알 수가 없는가?‘


대학시절, 연애초기에 나도 많이 생각하던 주제이다.

왜 나는 너의 모든것을 알 수 없는 거냐 라는 나의 말에 자신의 사생활을 생각 좀 해 달라는 그녀의 대답.

고민이 있거나 힘든일이 있으면 연인과 꼭 나누려고 하는 내 성격과 그런 내 성격을 싫어하는 그녀의 성격;;


서로 티격태격하던 끝에 서로 찾은 타협점은 바로 시간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런 생각이 뜸해지고;; 그러려니 생각하게 되고.;; 익숙해지고;;

시간이 지나니까 그러려니 하게 되더라;;

말그대로 혼자 조금 아쉬워하며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게 된 두 사람. 이었다.


겨울이 두번 지나가고 새로운 인연과 함께한 내 모습은 글 속의 남자로 바뀌어 있었다.

"말해서 풀릴것도 아니고, 괜히 걱정끼쳐서 뭐해. 그냥 내가 알아서 할께."
라고 말하던 있는 내 모습을 찾은 것은 바로 지금이다.

어떤 한사람과 만날 때 그사람에게 바라던 모습을 또다른 사람을 만날 때의 나에게서 발견 할 수 있었다.
사람이라는게 이렇게 변하기 쉬운 동물이라는 걸 이제 알아버린건가.

이제 혼자되어버린 난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그것을 난 언제쯤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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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nionmen

2007. 3. 27. 00:17 Deep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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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내게 있어서 어머니 라는 존재는 특별하다.

마마보이 라는 소리를 할지 모르겠지만, 난 할수만 있다면 매일 어머니를 따라다니면서 무언가를 같이 하고 싶다.
하지만 난 지금 그렇게 할 수 없고, 어머니 또한 그걸 바라지 않으실 것이다.

이 집안의 장남이면서 막내로 살아오면서, 아들노릇을 제대로 했느냐고 가끔 스스로에게 묻고 있으면 한심한 생각이 든다.

꼭 뭘 해야 하는건 아니지만, 아무것도 안한 내 자신은 날 놀린다.

집에서 어머니 혼자 조용히 있을만한 공간은 없다.

가끔이지만 온가족이 집에 있을 때, 난 내방에, 누나는 누나방에, 아버지는 안방에 계시지만, 어머니는 계실곳이 없다.

겨우 가신다는곳이 내 방에 껴있는 베란다.

겨울이면 찬바람 들어와 매우 추운곳인데, 가끔 어머니는 그곳에 계신다.

얼마전 그곳 문을 열어보면서 노후대책에 관계된 책을 보았다.
제목이 날 더 가슴아프게 했는데, "돈 걱정 없는 노후 30년" 이란 책이었다.

그것도 안보이게 수첩으로 숨겨놓으셨다.

속으로 생각한다. '걱정마세요. 어머니가 걱정하지 않으셔도 제가 걱정없는 노후를 보내게 해드릴께요.'

그리고 뒤돌아보면 '난 지금 뭘 하고 있는거지?' 라고 스스로 묻는다.
열심히 하자. 더 열심히 하자. 라고 다짐하고 뒤돌아 서면 잊는다.


이러면서, 나 하나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면서, 누구를 걱정없이 만들어 주겠다는건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계속 생각한다.

"아.. 해야되는데.. 해야되는데.."

이제 진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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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nionmen

2007. 3. 13. 02:14 Deep

난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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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언제쯤 사람들이 공감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다작과 모방이 조금 도와줄 수 있을까?

나도 "유혹하는 글" 을 쓰고 싶다.
(그렇다면 스티븐킹은 유혹하는 글을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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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nionmen

2007. 3. 11. 02:18 Deep

온라인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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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ID.net 에서 오픈아이디를 만들었다.
아이디를 뭐로 할까.. 생각해서 대충 때려 넣은 것이 있긴 한데...

아직도 저것을 쓸까 말까 고민중이다.
바꾸려면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바꿔야 할 텐데..

온라인에서의 내 정체성 이란 것을 신경쓰려고 시도한 적은 있었다.

내 ID 에 대한 고민은 예전부터 해왔던 것이고, 언젠가는 날 표현할 수 있는 멋진 아이디로 변경해야지 하고 살아온게 이제 10년이 넘어간다.

뭘 이런걸 이렇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지? 라고 스스로 묻는 날 보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언젠가 머지않아 이것이 내 이름이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하니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도 없는 것 이다.

보통 한번은 이런 것에 대한 원초적인 고민을 해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학 엠티때나 고교 수학여행 때, "아이엠그라운드 자기소개 하기" 라는 게임을 하면서 말이다.

너무 오래된 게임인가 -_-;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조차 고민중이다. -_-;; 난 뭘하고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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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nionmen

2007. 2. 2. 15:21 Deep

떠나는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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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조금씩 내자리 짐을 집으로 가져가고 있다.

하나하니씩 가져온걸 한꺼번에 가져가려니 이거 생각보다 힘들다.

짐정리

짐 몇개 빼고 난 내 자리


짐을 하나 하나 정리 하면서, 이제 곧 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지금까지 약 9개월간은 식객(밥만 축내는 필요없는 사람) 으로 기생 했지만, 그래도 어째 떠나는건 아쉽다.(요 며칠간 사무실에서 굉장히 눈치 보이기도 했지만.)

정리하다가 찾은건 이런거..

급여명세

저렇게 보여도 급여명세서다


수십장의 급여명세서.

30만원 써놓고 10만원 받은 달도 있고, 명세서만 받고 월급을 못받은 달도 있지만, 저 때가 좋았는데(진짜?).

나보다 먼저 떠난 백기(복정동 육봉달씨)도 나와 같은 기분이었을까?

오른쪽 벽면

이제는 클립으로만 찾을 수 있는 흔적

한쪽 벽면에 있던 모든 것들을 떼어내고 이제 남은건 압정 몇개.

창업 몇년 동안 망하지 않고 꽤 오래 살아 있던 회사. 이제는 좀 더 큰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서 힘을 기르고 있다.

하지만 사무실 분위기는 아직도.

전자파

전자파 먹는 형돈이

요모양이다.

전자파 먹는 형돈이.<--참조;; 물뿌리는 홍길동에 이은 야심작이라나 -_-;;
자매품 전자파 먹는 이원배. -_-;;

저 그림은 세사람(백인엽, 김호진, 이원배)이 그린 그림인데.. 어찌 한사람 그림처럼 비슷할까...

알수없는 회사다 진짜.

하지만 이런거 때문에 떠나기 싫은 것 인지도 모른다.

we

우리들


가끔 놀러 올께.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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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nionmen

2007. 2. 1. 17:00 Deep

오후 다섯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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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니가 뭘 하고 싶은 건지..
내 다 알고 있다.

다 알고 있으니 그냥 하면 되는기라.


또 니 능력 될때, 니 하고싶은 취미, 쇼핑,,,, 다 하면 된다.

그 때,, 다 하면 되는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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