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28. 15:43 Day by day

신입사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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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되는 질문을 꽤 많이 할 수도 있을거 같은데 괜찮으실까요?" 지원자를 처음 보고 했던 말이다. 괜찮으니 얼마든지 물어보라는 말을 하면서도 표정은 면접실의 분위기 때문인지 조금은 주눅들어 있었다. 물론 그 속에는 얼마든지 대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있었던거 같다.

길지않은 면접이 끝나고 그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가 되었다. 뒤에 기다리고 있던 몇몇 면접대기자들에게는 미안했지만 나는 이미 그 지원자와 함께 할 많은 일들을 머리속에 그리고 있었다.


1.
어디가 마음에 들었는지 콕집어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우선 강아지를 키운다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두 마리의 강아지와 두 마리의 개를 키운다고 했다. 네 마리나 되는 동물과 한 집에 사는건, 그만큼 좋아하지 않으면 불가능 한 일이라 생각했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나쁜 사람들은 없다. 거의.

2.
흡연을 하는 것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이것으로 당락을 결정짓기엔 너무 가혹하지 않나 싶어 금방 생각을 그만두었다. 내가 마누라도 아니고 말이다. 입사 후에 흡연량을 줄여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흐믓하기도 하지만 여기에 오해는 없길 바란다.

3.
면접을 보기 전에 스토킹을 조금 해봤다.(나만 이러는거 아니지?) 지원자가 번역해놓은 문서들을 보면서 이걸 어따 써먹을지 생각해봤다. 파트원들에게 기술문서를 좀 더 빠르게 알릴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지원자가 만든 게임과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어따 써먹을지 생각해봤다. 금방생각은 나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걸 꼭 어디 써먹을 필요는 없지 않나 싶었다. 필요한건 결과물이 아니니.

4.
그림을 그리는게 특기였는지 취미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취미든 특기든 딱히 중요하진 않은거 같다. 그림 그린거 몇 개를 보니 어쨌든 뭐가 되든 상관없어 보였다. 그게 뭔지 남들이 알아볼 수 있으면 잘하는 거 아닌가.

5.
나보다 세살이 어리다. 그런데, 나보다 다섯살 어린 와이프가 있다. 딱히 부럽다고 하는건 아니다.(정말) 조금 안돼 보이기도 하고, 그냥 그렇다. 나중에 애를 낳게 된다면 내 애보다 나이는 어렸으면 한다. (참고로 나는 아직 결혼을 안했고, 추후 결혼 후 2년 뒤에 애를 가질 계획이다.)

6.
도시락을 안싸온다. 한식요리사 자격증은 워크샵 가서 쓰려고 딴듯 하다. 요리하는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설마 일년에 두세 번 있는 자리에서까지 안할거라는 생각은 안한다. 워크샵을 가서 갈비찜이나 잡채같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색다른 경험이 될 거 같다.

7.
에스컬레이터에 서 있는 사람은 가만히 있기만 해도 언젠가는 자연스레 목표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계단위에 서 있는 사람은 스스로 움직여야만 목표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중요한건 뭘까.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뛰는 것? 아니다. 본인이 계단위에 서있다고 굳게 믿는 것이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한로가 지나고서도 계속해서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 때 즈음해서 처음 본 태규씨는 동지가 지나서야 다시 볼 수 있었다. 앞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 하게 될 사람인 만큼 창밖의 전경색이 푸른색에서 검은색이 될 때 까지의 황금같은 내 주말의 오후 시간을 투자한다. 

꽤 어색하고 낯간지럽지만 한달만에 이렇게 이야기 한다. 입사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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