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2.15 화려한 즐거움. 그리고 느리게 걷자 2
  2. 2008.04.12 운전이 너무 험하신거 아니에요?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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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즐거움.


즐겁고 신나게 웃어본건 꽤 오랜만이다.
이러한 기쁨의 크기는 함께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의 크기에 비례하는듯 하다.

너무 걸어서 발 사이즈가 십미리는 커진듯 하지만, 마음 속에는 즐거움만 가득하다.

멀미가 나도록 버스를 타고, 신발을 벗지 못할 정도로 발이 붓게 돌아다녀도 즐겁기만 하다는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고마워.


느리게 걷자.

대학로에 사람이 많았다. 그게 많은건지, 아니면 원래 그정도의 사람이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 기준으로는 많았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는건 어렵지 않다. 가끔은 치이고, 가끔은 내가 치이지만, 그래도 별 탈 없이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간다. 그래서 항상 남들보다 빠르게 걸어간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아도 크게 상관없었다.

하지만 대학로에서는 그렇게 치이고 치면서 요리조리 빠져나가는게 힘들게 되었다. 그래서 걸음이 조금은 느려졌다. 이상한건, 걸음이 느려졌는데도, 심장은 그 때 와 다름없이 빠르게 뛰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느려진만큼 조급해질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신기하게도 난 웃음이 늘었고, 즐거움이 커졌고, 하루가 행복했다. 내가 느리게 걷기 시작했기 때문에 내 삶이 이렇게 변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와 함께 했기 때문에 난 느려졌지만, 그만큼의 행복을 얻었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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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nion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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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버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맨 뒷자리에서 두 딸아이와 함께 잠들어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내리실 때가 되었는지 딸아이들 손을 잡고 뒤에서 걸어나오셨습니다. 이제 커브길을 돌아야 하는데 기사아저씨는 속도를 줄이시지 않으셨고, 결국 걸어나오던 아주머니는 조금 휘청거렸습니다.

그리고 벨을 누르시고는 갑자기 꽥 소리를 지르셨습니다.


"아저씨 운전 좀 똑바로 하세요. 애들도 있고, 노인분들도 계시는데 왜이렇게 운전 을 험하게 하세요? 버스를 타면서 완전 멀미 하겠어요. 멀미."


객관적으로 봤을 때 차가 좀 험하게 움직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아마 도로 사정이 많이 좋지 않았던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커브도 많고, 방지턱도 많은데 버스를 종점에 가져다 놔야 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기사아저씨도 어쩔 수 없었겠지요.

아주머니가 저런 소리를 지르고 잠깐동안의 정적이 흘렀고, 기사아저씨가 한마디 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제 아주 천천히 운전 할게요."


잠깐 동안의 정적이 그 기사아저씨에겐 많은 생각을 할 시간이었겠지요. 한바탕 소리라도 지르고 싶으셨겠지만 자기에게 해될 것이 뻔한 행동을 하느니 참자. 아니면 얼마전 대학교 입학한 딸이 용돈 좀 달라고 하던 그 날이 생각 났을수도 있구요.

마이크로 들리는 저 목소리에서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졌습니다. 그 씁쓸함이 전염되었는지 저 또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바로 뒤로 돌아서 조용히 아주머니께 한마디 했습니다.


"아무리 버스가 심하게 움직여도 그렇지요. 넘어지신것도 아닌데, 이 많은 승객들 앞에서 그렇게 큰소리로 기사분께 무안을 주셔야 겠습니까. 조용히 앞에 가셔서 말씀하실 수 도 있으셨잖아요. 양손에 잡고있는 애들 손도 생각하셔야죠."


한번 소리를 지르시자 좀 화가 풀리셨는지 좀 낮아진 목소리로 다시 이야기 하시더군요.


"저 아저씨는 무안을 좀 받아도 되요. 분명히 다른 승객들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야기 안한 걸거에요."


그리고는 바로 버스에서 내리셨습니다. 그 아주머니가 어떤 일 때문에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셨는 잘 모르겠지만, 그 한마디를 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버스가 너무 느리게 갔거든요.

우리 아버지 세대의 중년남성이 여성에게 운전 똑바로 하라는 소리를 듣는 건 꽤나 자존심 상하는 일 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여성이 아니라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그런 소리를 듣는건 수년간 운전을 해오신 분들에게는 큰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요?

그 아주머니가 내리시고 정말로 약 시속 40Km 정도로 운전을 하셨습니다. 종점까지 평상시라면 2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는데, 35분이 넘게 걸려서 도착했습니다.

10분 쯤 지나서 어떤 분이 버스에 오르시고, 언제쯤 도착하냐고 물으셨습니다.
이 때 아저씨가 하시는 말씀이 좀 재미있었습니다.


"어떤 분이 저한테 운전 험하게 하신다고 하셔서요. 멀미가 나신데요. 그래서 아주 천천히 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 말을 듣고 제 앞에 앉아 계시던 백발의 할머니께서는 "누가 멀미를 한다 그래. 허허" 하시면서 버스 주위를 둘러보셨습니다. 아무래도 모든 승객이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닌거 같습니다.

이 일로 화 푸셨길 바라고, 부디 함께 있던 아이들에게 쓸데없는 화는 안내셨기를 바랍니다.
저는 덕분에 고향집 가면서 좋은 풍경 구경 잘 하면서 갔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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